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중독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진실

by woori25 2025. 4. 23.

중독(addiction)은 단순히 “나쁜 습관”이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되기 쉬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중독은 뇌의 보상 시스템과 스트레스 반응 회로에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일으키는 만성 질환이며, 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사회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족 간의 신뢰가 깨지고,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며, 심각한 경우 경제적 파탄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물질 중독뿐 아니라 게임, 쇼핑, 소셜미디어 과사용 같은 행동 중독 역시 정신 건강과 일상 기능을 크게 저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와 편견은 중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중독자는 게으르다”, “행동 중독은 질병이 아니다”, “약물보조치료는 도피처에 불과하다”는 오해는 중독 회복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이 글에서는 중독에 대한 세 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짚어보고, 신경생리학·임상 연구·사회적 관점에서 그 진실을 밝히며 보다 건강한 이해와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중독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진실
중독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진실

 

 

1. 오해: “중독은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다”


중독을 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만 설명하는 시각은 질환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합니다. 실제로 많은 중독 초기 환자들은 호기심이나 스트레스 해소의 목적으로 시작하지만, 반복적인 약물 사용 혹은 과도한 행동 패턴은 뇌의 보상회로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를테면 도파민이 중뇌-변연계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하면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져 동일한 자극에서 기쁨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어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더 이상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상태가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 한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더욱 큰 수치심과 죄책감을 낳아, 결국 치료나 상담을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신경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이해하면, 중독 환자를 향한 편견이 줄어들고 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중독을 다룰 때 ‘의지가 약해서’라는 비난 대신, ‘어떤 뇌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환자의 회복 동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2. 오해: “행동 중독(게임·SNS·쇼핑 등)은 진짜 질환이 아니다”

 

물질 중독에 비해 행동 중독은 아직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지만, 엄연히 정신적·신경학적 기전을 공유하는 질환입니다. 게임이나 도박, 쇼핑, 소셜미디어 사용 중 과도한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물질 중독과 유사한 보상회로 활성 패턴이 관찰됩니다. 예컨대, 게임을 할 때 얻는 작은 승리감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이 보상이 반복되면 더 큰 자극을 찾아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게임 이용 장애’를 국제질병분류에 정식 등재하며 행동 중독을 공식 질환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예방 교육 및 조기 발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료 현장에서도 인지행동치료와 동기강화치료를 적용해, 과몰입 패턴을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대체 활동을 찾는 훈련을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을 활용해 현실적 유혹 상황을 모의하면서 적절한 대처법을 연습하는 프로그램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행동 중독 역시 충분히 개입 가능하며,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3. 오해: “약물보조치료와 해암 리덕션은 회복을 방해한다”

 

약물보조치료와 해암 리덕션(유해감소 전략)은 중독 치료의 핵심 축이지만, 여전히 ‘다른 약물로 대체한다’거나 ‘회피적 태도’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메타돈이나 부프레노르핀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금단 증상을 관리하며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춥니다. 실제로 이러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응급실 방문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고,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즉 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일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한편 해암 리덕션 전략은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 감염 예방용 키트 배포, 현장 접근형 상담 등을 통해 과다복용 사고와 혈액매개 감염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초기에는 ‘중독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으나, 오히려 참여자들이 안전망을 경험하면서 전문 치료 기관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중독이 본질적으로 만성 질환이며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완전한 금단이 아닌 단계적 위험 감소를 목표로 삼는 접근이 더 많은 사람을 치료로 이끌고, 장기적 회복으로 연결하는 데 유리합니다.

 

중독에 대한 세 가지 오해—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시각, 행동 중독 부정, 약물보조치료 및 유해감소 전략에 대한 부정적 편견—는 모두 중독의 본질을 왜곡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가로막습니다. 중독은 뇌의 보상·충동 조절 시스템과 깊이 연결된 만성 질환으로, 물질 중독과 행동 중독이 유사한 신경생리학적·임상적 특성을 공유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약물보조치료와 해암 리덕션을 포함한 증거 기반 치료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할 때, 개인과 가족이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 가족,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편견 없는 정보 제공과 포괄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교육 기관 차원에서도 중독 예방 교육과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층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회복의 길이 열리고, 건강한 삶의 복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